To Be A Mom

[육아] 워킹맘으로 살다_ 예상치 못한 감동

lucidity 2023. 11. 18. 16:52

주말에도 나는 해야할 일이 왜 많은거지?

아이들 픽업 자체가 너무 부담이 되는 그럼 토요일이다. 

강의가 10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직 초안도 안나왔다. ㅠㅠ

선례가 없고 나도 이 분야에 익숙하지 않은채 강의라는것을 해야하는 상황이라 그냥 그저 막막하다 막막하다 할 뿐

사실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몰라서 관련 공부를 한다며 책을 뒤적여보고 유투브 강의를 뒤적이던 그런 때야 

 

첫째 너는 내가 그냥 한번 말하면 그냥 하면 되는데 '왜 그걸 내가 줏었어야 하냐', '그걸 왜 내가 하냐 동생이 하면 안되냐', '내가 알아서 할꺼다'(근데 어젠 안했고) 내가 지시하는 말마다 이런 의미없는 대꾸에 계속 대응하기도 너무 벅차.

너가 그렇게 생각하고 말하는게 너가 커가는 모습이란 걸 머리로는 아는데 그냥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벅차 

아 너가 사춘기고 그래서 그런거니? 또 너의 그런 대꾸에 화가 잔뜩났지. 

 

그냥 나도 혼자 있고 싶어. 그냥 그런걸 수도 있어.  

항상 주변정리하고 다 자리잡고 이제 드디어 컴터를 켜서 해보려고 하면 

또 너를 데리러 가야하는 시간이라는게 막막하고 한숨나와. 

나도 남편이 다 해주면 좋겠다. 남편이 있는데 왜 이러고 사냐. 그냥 택시 돌리고 싶다.. ㅠ 

그래 너희 픽업의 복잡성은 어쩌면 나만 할 수 있다는 자만일 수도 있어 

그치만 몇 군데를 순서대로 들려야 하는지 설명하기도 힘든 그런거 아냐?

그렇게 한페이지도 완성 못하고 또 너를 다시 만나서 두번째 학원을 데려다 주는데 

그냥 위로와 격려의 말을 하다가 잔소리로 퍼져버린 걸 깨달았을때 

첫째 너가 하는 말. 

 

"엄마는 도대체 집에서 뭘하는데 왜 내가 학원갔을 때 안하고 시간없다고 해?

그게 나때문이야? 왜 내 핑계대는데? "

 

쳇, 한마디도 틀린말이 없지만 모두 다 틀린말이야 

그냥 아무것도 안하는거 같지만 나도 뭘 하긴 했다고!

 

수건이 그냥 제발로 걸어가서 그렇게 가지런히 접혀있는다고 생각하는거니?  바닥에 있는 먼지들은 혼자서 돌돌돌 말리는게 아니라고. 교복이 깨끗한 상태로 변하는 것, 물기 없는 세면대의 청결함, 너희가 먹었던 자리가 먹기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 다 돌아간 식세기 안에서 기다리는 깨끗해진 식기들 그리고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싱크대의 다른 식기들.. 저녁에 먹으려면 해동 해야하는 고기들이 냉동고에서 나와 냉장실에 자리잡고 눕는 것, 주말 아니면 먹기 힘든 할머니가 수확한 고구마들이 다듬어져서 찜기위에서 익어 가는 것, 깎아 놓은 과일이 바깥으로 나와 너가 먹기 좋은 거리에 놓여지는 것, 그때 울리는 카톡메시지들, 확인해야하는 은행잔고와 카드내역들.. 갑자기 사고 싶었던 브랜드의 쿠폰이 도착했다는폰 알림까지.. 마침 궁금한 우리 다봉씌의 생사확인도.. 그냥 나도... 뭘 하긴 했어. !!! ㅠㅠ 

 

모르겠어 나도 우선수위를 운운하면서 뭘한건지.

한시간 한시간이 왜케 빠른건지 모르겠어. 

맨날 그렇게 뭐하고 지내서 이렇게 수업준비도 못하고 시험준비도 못한건지 모르겟어. ㅠ 

 

그래 아직 나에겐 오후가 있어! 

 

 

그렇게 이번 주말 너희의 수업 3번째 코스에 왔어. 이번에는 3시간짜리 오케스트라연습. 

3시간 수업짜리라서 길다 싶을 수 있겟지만 다른것보다 조금 긴거일 뿐이야. 

집에서 15분, 왕복 30분거리거든 너희 내려주고 집에오면 2시간 정도 주어질 뿐. (다시 나갈 시간 고려해서) 

그래서 보통은 책 하나 들고 가서 주차장에 앉아서 책을 보지.. 그러다 주차장에서 잠도 들고 

여름에는 더워서 차에서 기다리기 힘들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2시간이라도 집 정리하과 저녁준비하기도 하고 

 

오늘은 근데 그냥 그 근처 카페에 가서 코딩하는거 연습할라고 결심하고 왔어

더이상 미룰수가 없거든 ㅠㅠ  

이렇게라도 안하면 뭐 차에서 그냥 잠들기도 하고 의미없이 지나갈 수 있으니깐. 

내가 오늘 꼭 해야만 하는 이 수업준비는 확실히 키보드로 계속 쳐봐야하는 공부니깐 (코딩공부하고 있습니다) 

컴터를 켜고 타다타닥 하고 싶기도 해서 

카페로 왔어.

신상카페라  블로그를 써주면 커피를 그냥 주신다네 ;;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서 켜게된 블로그; 

일단 컴터를 켜자. 

컴터 안에 내 수업 컨텐츠에 꼭 담아 달라는 리스트를 프린트한 종이가 있을꺼야.. 

뒤적 뒤적... 

 

응? 이게 뭐지? 컴터 파우치 안에 뭐가 있네?

 

뭐지?

 

나에게 온 글이군

 

... 

 

작년에 아마도 엄마에게 편지쓰는 시간 같은때에 억지로 쓴거 였던 것으로 기억하는 귀염둥이 둘째 편지..;

그때는 '뭐야 수업에 이런거 쓰는 시간이었어? ' 라고 말하고 무심코 넣어놨던 너의 편지.

 

말투가 이게 뭐야. 참 너는 글은 못쓴다. 더 글을 잘 쓰면 좋겠는데 글씨는 또 이게 뭐야. 

 

대충 그렇게 말하고  넣었던건 사실 내 마음이 좀 불편해서였어. 

일년이 지난 시점에 다시 읽으니 왜 그때 내 마음 한켠이 불편했는지 알거 같아. 

 

사실 미안하다고 말하는 너의 문구에 내 미안함이 너무 커졌어. 

너의 고맙다고 말하는 모든 문장에

서투른 내가 담겨 있더라.

내가 느끼고 있던 '엄마됨으로부터의 부담'이 너의 보들보들한 작은 맘 한켠에 담겨있었다는 것이 미안했어.

내가 작년에 공부한답시고 나의 그런 힘듬과 어려움을 너희에게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는 것이 창피해서 

미안했어. 

그냥 나한테 죄송하지 않은 너네가 되면 좋겠어. 

그냥 내가 전에 그랬던것 처럼, 아빠가 할머니에게 당연히 받는거 처럼 

엄마가 나를 위해 해주는게 당연해라고 생각하며 크게 해주지 못함에 미안하다.

그런데 고마워  

나도 내가 하고 싶은게 있다는 걸 이해해주는 너희들이 고마워. 

엄마가 엄마의 시간을 너에게 내준다고 표현해준 너가 고마워 

 

한글자 한글자 적으면서 엄마가 글씨로 지적할까 조마조마하면서 노력한 너의 모습이 이제는 보인다. 

'희생', '절제'라는 단어를 쓰고 뿌듯했을 5학년 너의 얼굴이 떠올라 기특해 

고마운것들을 떠올리며 왼쪽 위로 향했을 너의 눈동자가 그려져서 미소지어진다. 

사랑해 아가야 

고마워 

 

어쩌면 오빠도 엄마가 원하는걸 다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내게 쏘아 붙였다는걸 사실 알고 있어서 그래서 더 화가났어. 아까 오빠마음도 엄마를 많이 사랑해서 그런건데 내가 너무했다. 

 

1년이 지난 시점에도 나를 행복하게 해준 이안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