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Be A Mom

[일상] 휴가지만 집에서 일하기 워킹맘의 휴가_ 가사는 뫼비우스의 띠 (feat. 중딩 아들 엄마)

lucidity 2023. 8. 17. 14:52

모든 일은 "빨래만 세탁기에 돌리고" 부터 시작 되었다...
매번 그렇게 10분만 5분만으로 시작한다. 
 
오늘 이야기 전에 어제밤을 언급하면,
아이들 다 잠들고 나니 11시가 넘었다.
원래 그렇지 뭐. 
밤의 그 고요함과 여운이 소중하고 아쉬워 평소 읽고 싶던 책 보다가, 
요즘 부쩍 주장이 강해진 우리 첫째때문에 내가 고민하는 걸 유투브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지, 
"숙제 안하는 아들에게 해서는 안되는 말" 같은 썸네일일 있는 최민준님의 아들TV를 추천해준다.
알고리즘에 나를 맡기고 최민준 선생님의 채널을 쭈욱  2배속으로 스트리밍하다가 
2시가 훌쩍 넘어 버린 것을 확인하고
휴..  이제는 진짜 자야겠다 생각했다.
(최민준 선생님 수업에 아들 보내고 싶다;;
요건 나중에 리뷰해야겠다. 느낀 바가 매우 커)
'내일 애들 보내고 낮잠자야지!' 를 되뇌이며
6시반에 알람설정 꾹! 
휴가를 내 놓은 터라 나만의 낮 시간을 누리기로 단단히 마음 먹었지. 
 

"딱! 10분만 투자하세요."


라고 하는 말이 제일 싫다. 
왜냐면 나에겐 그 10분짜리 일들이 가득하니까.
그렇게 잠깐이라 치부되는 10분짜리 일들을 여러 개 연달아 해 내야만 일도 하고 애들에게 엄마도 하고 집 정리도 하고 그렇거든.
뭐 그렇게 내 삶은 이미 10분짜리들로 가득차 이루어져 있는데 또 10분이야?

10분 단위로 말할 수 있어요


6:40  으앙더 자고 싶어! 뒤척대다가 세수하고 일어남
6:50  스트레칭 겸 잠깐 요가동작으로 몸풀고
7:00  아이들 일어났는지 확인, 환기시킬 겸 방문 다 열고, 어젯밤 준비해 둔 솥밥에 불을 켜고 
7:10 아들 일어나는거 돕는 차원에서 아들과 이야기 하면서  오늘 일과 읆조리게 시키기
나는 그동안 우리 흰듕이 우유 털빗질해주고 재빨리 밥 저어줌, 아들이 강쥐 우유씨에게 밥 주는거 확인  
7:20 밥 불 줄이고, 세탁기에 빨래 담궈뒀던 거 투하, 비비고 미역국 냄비에 부어 데우고, 아들에게 계란 먹을지 물어봄 
7:30 뜸들이는 밥을 한번 저어주고 계란후라이 미역국 다 됐는지 체크하면서 그릇에 옮겨 담기
한편으로는 아들이 옷 다입고 앉아서 숙제 챙기는거 확인 (오늘까지 해야 하는 문제집 푸는 아들 확인 )
7:40 밥차려주고 아들 밥 먹는 동안 사과 깎고, 오늘학교에서 개학 전날 본인이 힘들게 만들어 낸 비전보드에 대한 공개를 한다고 한는 설레여 하는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내가 생각해도 진짜  만든거 같아 이따가 끝나고 와서 어떻게 됐는지 들려줘!"
7:50 딸을 깨우고 아침에 할 숙제 챙기라고 하고, 밥 퍼주고 국은 알아서 뜨라고 한다. 아들이 마저 숙제 좀 더 하는거 보다가 양치 하러 간다.
8:00 잽싸게 옷 갈아 입고 데려다주기 출발 
8:15 학교 도착
8:25 집 도착 
8:30 밥 먹고 아이가 먹은거랑 다 싱크대로 일단 넣기 
8:40 둘째 개학 숙제 확인하기 (모르는건 선생님께 문자로 물어보는 딸래미 ) 
8:50 캠프 준비물 빠진 거 없는지 챙겨보고 슬슬 가방끌고 나갈 준비. 계속 빠진 게 나오는 매직
9:00 출발 
9:15 캠프 모임장소 도착 (못한 학습지 한장 풀게 하고올려 보내기 ) 
9: 40 집 도착 


커피가 마시고 싶다. 
세탁기  눌러놓고 마시면 되겠지. 
세탁기 눌러 놓고, 드립 내릴 물 눌러 놓고 그럼 되지.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했지. 
 

너네는 물을 마시렴 화분에 물이 빠질때쯤 돌아올께. 집요정로이(로봇청소기애칭)야 깨끗하게 잘부탁해

드디어 시작 된 집안 일 뫼비우스의 띠

 
빨래만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앉으려 했지,
근데 커피 컵 찾다가 보니 싱크대에 불려져서 애벌 헹굼이 되어 있는 그릇들이 나를 보고 있는거야. 
식세기만 넣고 앉고 싶은거 그거 한 5분만 하면 되는거 알지?
앉으려다보니 빨래 하고 널 데가 있어야 되는데 지금 빨래 건조대에는 이미 둘째 캠프 후 가져온 옷들 빨아 널어 놓는게 차지하고 있으니깐 그거 걷어 내야겠지? 이것만 얼렁 하자. 
빨래 다 마른 것 예쁘게 접어서 애들 방별로 구별해서 내려놓고 막상 앉으려다 보니
애네를 다 애들 옷장에 마저 넣어 주는게 낫겠지? 이따가 와서 하라고 하면 또 애들은 시간 걸리니깐 내가 하는길에 해버리자 . 10분이면 되지 뭐 
빨래된 옷 정리 하러 갔더니 첫째 서랍장이 엉망진창 도저히 꺼내 입을 수가 없길래...  정리해 주고
다시 식탁으로 오는길에 보니 바닥에 우유 털이 있는 거 같아.
로봇청소기를 돌려야겠더라고!  로청이 설정해주는건  한 오분내로 되는거니까.
이제 커피 내릴꺼야! 커피 내릴거 꺼내 놓고 드디어 커피 물을 부었어. 엥? 커피가 거의 떨어졌네 주문해야겠다. 커피원두주문 
내린 커피를 가지고 자리에 앉아서 마시기 직전,
창가를 보니 식물들이 다 더워서 쳐져 있는거야. 마치 목마르다고 하는 것 처럼.. 그럼 물만 줄까? 그러자! 화분들에 물주기!.. 얼렁 옮기쟈. 큰애 들은 샤워장으로 고고! 작은 애들도 물 다 주고 물이 빠질 동안 시간이 걸리니깐 그때 커피 마시면 돼

이제는 진짜로 앉으려고 하니까.. 
하... 아까 세탁기 넣어둔 빨래가 끝났어 ; 
이 좋아 빨래가 잘 마르겠다. 얼렁 널까?(뭔가 다시 돌아온 느낌이다)
빨래 다 널고 나니
화분 물이 다 빠졌고 , 화분 옮기는데 쿰쿰한 냄새가 나길래 보니, 
으앙 요 바닥틈에 우유가 실례했네. ㅠㅠ
바닥 들어내고 다 딱고... 

싱그러운녀석들과 우유씨는 이제 접근금지가 된 베란다


아직도 커피 못마셨다. ㅋㅋㅋㅋ
아.. 11시 30분이라고???
실화야? ㅋㅋㅋㅋㅋ 점심 먹어야겠는데.. 
커피는 그럼 점심 먹고 마실까?
아.. 식세기 다 돌아갔다.;;; 이제 배도 고파;;; 치...
점심차리자

커피 마시기전 나의 분주함은 객관적으로 증명됨

끝도 없는 집안 일


바닥이 깨끗하게 닦여 있고
소파 밑엔 우리 힌둥이 우유 털뭉치가 굴러다니지 않는 것, 
고슬고슬하게 햇볕 받으며 잘 건조된 수건들이 수건장에 가지런히 들어가있고 
각자의 양말이며 속옷이 항상 그 서랍 정해진 자리에 있는 것, 
햇살을 온전히 누리며 창가에 줄지어 바람에 흔들리면서 초록을 뿜어 내는 화분식물들 (초록이 포함) 
너가 이따가 시원하게 마실 보리차가 냉장고안에서 널 기다리고 있는 것
학교 다녀오면 해야 할 문제집이 가지런히 책상 위에 올라가 있는 것
저녁으로는 너가 좋아하는 고추장 불고기가 식탁에 올라갈 수 있게 모든 재료들이 다 준비되어 있는 것
이 모든 건 너에게 일상이고
이 모든 건 나에게도 일상이야. 
 
오늘 나는  휴가를 보내고 있다.  
 

모든 워킹맘의 휴가를 응원한다. 
 
 
[별첨]
아 이건 번외! 
중학생 우리 아들은 원래 정리를 되게 잘하는 녀석이었다. 
어릴 때 부터 유치원에서도 "끼리끼리 모으세요" 를 반에서 제일 잘 했다.
살짝 정리벽도 있어서 나름 본인의 규칙대로 정리 잘하는 편.
근데 요즘은 자꾸 입었던 옷이나 빨래 정리할 때
이층침대 모서리에 휙 던지거나 옷장 구석에 휙 박아 놓기 시작했다..
내가 예쁘게 접어서 넣어준 반팔티들이 잔뜩 구겨져서 발견되곤 한다.
내가 구김없이 말릴라고 잘 펴서 잘 개어 준건데.. 너무해 
그런 우리 아들의 이야기다.
속옷 + 잠옷 + 양말 서랍을 열었는데 나름 가지런...그 틈에 발견한 양말들!  月~~🌙


왜 양말이 7개가 짝 없이 있는거지?
한켤레를 신고 그걸 세탁기에 넣었으면 한켤레가 고대로 나와야 하는거 아닌가?
어떻게 7개의 양말이 짝이 없지?
(사진엔 왜 6개만있지?)
도대체 이녀석들의 짝꿍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세탁기 뒤 없음, 침대옆 구석에 없음, 옷장구석도 찾아봄 없음 없음 없음!!!!!!!! )
양말 찾다가 강아지에게 처참하게 당한 동전만한 구멍이 막 뚫린 팬티도 발견;;; 
양말들아 돌아와!


결국 마심 ;D


 결국 커피는 마심